[지옥 소개]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 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나는 지옥을 웹툰으로 먼저 접했었다.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웹툰 [송곳] 최규석 작가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송곳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기에 기대를 안고 본 [지옥] 역시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후반부에서는 인간에 대한 교훈을 억지로 껴넣는 것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초자연적인 거대한 사건에만 초점이 가지 않기 위한 균형 잡이 정도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긴 했다. (어쩌면 팬심이 있어 조금은 너그러웠을 수도)
그래서 당시 주변 지인에게도 추천했던 웹툰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응은, '무서울 것 같아.' '현생이 지옥인데 지옥을 또 봐야 해?'등의 반응으로 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터져버렸지 뭔가. 내 주변 지인과는 사뭇 다르게 지금 사람들이 지옥에 열광하는 데에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힘고 배우의 힘이 한몫했겠지만 한 편으론 꽤 씁쓸했다. 지옥의 내용이 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옥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꼬집기도 한다. 특히나 종말론적인 분위기 속에서 있을 법한 군중심리가 단연 돋보인다.
아래는 내가 넷플릭스 지옥을 감상하고 뽑은 관람 포인트이다.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관람 포인트 1. 연기
6부작의 짧은 이야기가 시즌 1이다. 하지만 촘촘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꽉 채워주기 때문에 짧게 느껴지기는 커녕 굉장히 알차게 느껴진다. 특히나 김신록 배우의 연기가 참 인상 깊다. 개인적으로 매체 연기는 일상에서 있을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김신록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사람 냄새났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에너지도 한몫했다. 박정민 배우도 연기를 꽤 잘했는데, 박정민의 캐릭터가 스토리상 죽게 된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시즌 2에서는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니까 한 관객으로서 기대를 걸어본다. 어쨌든, 웹툰을 본 사람으로서 원작이 생각나 무의식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데에도(특히 최규석의 작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배우들의 연기는 꽤 좋았다.
관람 포인트 2. 지옥에 대한 두려움
고지를 행하는 지옥사자의 폭력성은 꽤 잔인하다. 하지만 그 잔인함에 대해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왜냐, "지옥"이니까. 지옥사자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타당성이 생기더라. 신을 믿든 안 믿든 사람이라면 응당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어떤 동물보다도 발달된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선을 추구하고 악을 미워한다. 하지만 그 선, 악의 기준이 모호해진 요즘 세상인지라 지옥사자들의 무분별한 횡포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옥을 보면서 모두가 한 번쯤은 나는 지옥에 갈까, 천국에 갈까. 나는 악인일까 의인일까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다 똑같을 것이다. 지옥은 가기 싫다.
관람 포인트 3. 심리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옥에서 감명 깊게 주목했던 캐릭터의 심리는, 유아인 분의 정진수이다. 내가 만약 죽을 날이 몇 년도 몇 월 며칠, 몇 시 인지 알고 있는 채로 살게 되면 어떨까? 어떤 지푸라기 같은 신념을 가지고 살게 될까? 확실한 건 어떤 형태로든 사람이 미치지 않을까 싶다. 미소 짓는 것 같지만 언제라도 깨질 수 있고, 깨질 것 같던 살얼음판 같은 이미지의 웹툰 작화도 참 좋았는데 유아인 배우의 이미지도 꽤 적절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뉴스 씬에서는 감정을 조금은 더 감추던가 다르게 표현되어 더 복합적인 심리의 상태를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
"타인은 지옥이다."부터 해서 지옥에 대한 관심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인간은 더 정의로워야 해요."라는 장진수의 대사처럼 지금 현재 우리의 삶 속에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선이 자행되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지옥에서는 선한 자나 악한자나 고지를 하고 있지만 글쎄,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누가 더 선한가 악한가 역시 인간의 기준이지 신의 기준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 더 천국 같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넷플릭스든, 원작이든 추천하는 작품이다.
https://tv.kakao.com/v/423671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