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 2001.02.03
드라마,모험/미국/12세 관람가/143분
시상 : 58회 골든글로브시상,2001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배우 : 톰 행크스, 헬렌 헌트, 닉 서시
줄거리
세상 끝에서 그의 여행이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양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는 남자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 ‘페덱스’의 직원인 그는 여자친구 캘리 프레어스(헬렌 헌트 분)와 깊은 사랑을 나누지만 막상 함께 할 시간은 가지지 못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캘리와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채 끝내지도 못한 그에게 빨리 비행기를 타라는 호출이 울리고 둘은 연말을 기약하고 헤어지게 된다.
캘리가 선물해준 시계를 손에 꼭 쥐고 "페덱스" 전용 비행기에 올랐는데, 착륙하기 직전 사고가 나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의 몸을 때리는 파도. 눈을 떠보니 완전 별세상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무성한 나무, 높은 암벽. 아무도 살지않는 섬에 떨어진 것을 알게된 척은 그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전의 모든 삶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외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캘리에 대한 사랑만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4년 후. 고립된 섬에서 1500일이나 되는 시간을 사랑으로 이겨낸 척. 어느 날, 떠내려온 알미늄판자 하나를 이용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고안해내고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물건을 이용하여 뗏목을 만든다. 섬에 표류한지 4년만에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Daum 영화 참고]
*스포를 포함한 후기입니다.
cast away는 '조난' '난파' 라는 뜻이다.
직관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척(톰 행크스 분)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홀로 떨어진다.
우리는 흔히 심심풀이로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너가 무인도에 가게 되었어. 근데 딱 세 가지 물품만 가지고 갈 수 있어. 뭐 가져 갈거야?"
대부분은 불, 텐트, 칼 이 정도를 택하는 것 같다. 아니면 연인들은 마지막은 너... 라고 하겠지 뭐, 휴...^^..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가 은근히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게 그만큼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캐스트 어웨이는 그런 고민을 하게 하면서도 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불을 피우는 법을 몰라 날생선을 먹거나, 썩은 치아를 마취도 없이 스케이트 날로 깨서 없애거나 등등 육체적인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척이 무인도에서 힘들었던 것은 사람의 부재였다.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해 벽에 그림을 그려본다. 그러나 꼭 사랑하는 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줄 사람을 찾고 그리워한다. 그래서 척은 배구공에 얼굴을 그리고 "윌슨"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윌슨이 파도에 밀려 떠내려갔을 때 척은 윌슨을 부르며 바다로 뛰어든다. 그 장면이 참 인상깊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건 불, 칼, 음식 다 맞지만 사실 정서적 허기가 채워지는 것 아닐까.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영화를 다시금 보고 리뷰를 하는 이유는 [나는 자연인이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져서 그렇다. 사람들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존경과 공감을 표한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근데 그러면서도 한 켠으론 씁쓸해지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에게 세상에게 치이고 또 치여서 그렇다. 그래서 스스로 조난 당하길 자처할 때가 있다. 방 구석 침대로 말이다.
척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처럼 살았다. 그러나 그 시간들 속에서 본인이 놓치고 간 것이 많았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4년이라는 시간을 홀로 보내게 되었다. 과연, 척은 그 시간 동안 어떤 것을 얻었고 또 놓쳤을까.
알루미늄 판, 뗏목 등등 우여곡절 끝에 무인도에서 탈출에 성공한 척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켈리(헬렌 헌트 분)에게 돌아가지만 이미 켈리는 자신의 주치의였던 치과 의사와 가정을 이루고 있다. 척은 켈리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끝낸 뒤,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포를 배달 하러가지면 주인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앞에 놓여진 네 갈래 교차로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하며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때로 삶의 폭풍우 속에서 조난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늘 선택에 있어 조바심을 내고 후회하고 힘들어한다. 그럴 때 한 번씩 내가 버려야 할 것,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