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 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 작가 아마두 앙파데바가 유네스코 연설에서 한 말이다.
당신도 살아가면서 도서관 하나만큼의 많은 경험을 할 것이고
또 수만가지의 생각과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겪고 있는 그 일들과 그 감정들을 기록하고 있는가?
작게는 메모라 할 수 있고 크게 보자면 일기라 할 수 있는 기록물을
아직까지 쓰지 않고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써야 한다.
사람에게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당신이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당신 스스로에게 있는 지식과 지혜를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일기를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 당신이 일기를 쓰지 못한 이유 ]
1. 귀찮다.
우리는 일기의 개념을 처음부터 잘못 접했다.
일기는 방학때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혹여라도 사고를 칠까 봐
선생님이 보호 관찰하는 차원에서 쓰라고 내주는 숙제가 아니다.
어느 누가 그 숙제를 꼬박꼬박 하겠는가.
그것도 매일 써야 하는 일기를.
죈종일 뛰어놀다가 개학을 코 앞에 두고 나서야 밀린 일기를 꾸역꾸역 쓰기 시작한다.
다 쓰고 확인해보니 어제와 오늘, 엊그제와 글피에도 똑같은 날들을 보낸 꼴이 돼버린다.
없는 머리 쥐어짜서 그럴싸한 하루를 지어내느라 곤욕을 치른다.
그때부터 우리의 글짓기 실력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성인이 된 우리에게 일기라는 단어는 친근하지 않다. 뭔가를 쓴다는 것이 귀찮다.
그나마 예쁜 다이어리는 자기만족으로라도 새해마다 비싼 돈 주고 사지만
스티커로 반절이라도 채우면 다행이다.
2. 일상이 똑같다.
회사원이라면 집, 회사, 집
학생이라면 집, 학교, 집일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하자면 운동 혹은 학원이 된다.
특별한 것 없이 매일 반복되는 삶에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지루하다.
3.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막상 일기를 쓰려 마음먹고 자리를 잡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써야 하는지 고민된다.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오늘 하루는 어디를 갔고 무엇을 했고 뭘 먹었고...
이렇게 며칠 쓰다가 포기해버린다.
도무지 일기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보고서나 기획서는 그럴싸하게 포장이라도 해서 쓰겠지만
정작 내 이야기는 어떻게 포장지를 벗기고 보따리를 풀어놔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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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부터라도 마음먹고 일기를 써보자.
그렇다면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경험한 바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남긴다.
[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
1. 일기에 대한 생각 바꾸기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나 자신과 오손도손 대화를 해 보는 시간이다.
당신은 하루 동안 당신과 대화를 얼마큼 나눴는가?
당신의 오늘 하루가 어떻다고 하는가? 어떤 것이 좋았고 어떤 것이 힘들었다고 하는가?
또 무엇이 필요했다고 하는가?
우리의 삶은 타인에게 너무나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귀신같이 알아차리기 위해 온갖 눈치를 보면서도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만큼 스스로와 소통을 안 한다.
오히려 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조차 못한다.
하지만 당신 인생에서 관심 있게 들여다보아주어야 하고 가장 소통해주어야 하는 존재는
타인이 아닌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삶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다.
일기를 통해 오늘부터 당신과 대화를 나눠봐라.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2. 틈 날 때마다 쓰기
하루를 마감하며 쓰는 것만이 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써보는 걸 추천한다.
간단한 메모라 생각하고 써 보는 것이다.
요즘에는 아이패드나 갤탭 등도 있고 핸드폰 메모장도 잘 되어 있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짧게라도 내 생각, 감정, 또는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것이 당신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거울이 될 것이다.
기록을 통해 내 하루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물론 틈 날 때마다 기록하는 그 메모에는 주관적인 문장 투성이라 객관성이 옅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들여다보면 아주 훌륭한 거울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가 거울을 보고 깔끔하게 단장을 하거나 지저분한 곳을 고치는 것처럼
당신의 내면의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3. 솔직하게 쓰기
초등학생 때 엄마가 내 일기를 볼까 봐 조마조마하던 시절은 지났다.
당신의 일기는 당신만 본다. 누군가에게 들킬 위험도 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닌
온전히 당신 자신만을 위한 일기를 써라.
이 정도까지 써도 되나? 싶은 것도 적어도 된다.
당신이 느낀 그것은 당신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
또한 당신 스스로도 기록을 하면서 차츰 인지되기 시작하는 당신의 상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몰랐던 점을 발견하기 시작한다면 당신과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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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더 이상 숙제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일기'이지만 매일 쓰는 건 아주 솔직히 말해 귀찮다.
일주일에 한 번만 써도 괜찮다.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것이다.
문장을 완성하는 데에 재능이 없어 도저히 어렵다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마인드 맵을 추천 한다.
나의 하루에서부터 출발해 생각나는 단어들을 주욱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뿌리에 뿌리를 내리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단어들이 익숙해졌다면 조금 더 긴 문장으로도 해 보는 것이다.
일기를 어떻게 쓰는지는 당신 자유다.
어찌 되었든 오늘부터라도 시작하길 바란다.